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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내가 찾은 곳은 루쉰공원이었다.
중국의 위대한 작가 중 하나인 루쉰을 기리기 위한 이 공원은 사실 홍구공원이 이름을 변경한 곳이다. 홍구공원은 윤봉길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살해하기 위해 도시락 폭탄을 들고 찾았던 바로 그 곳.

한 때 나라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 벌어지던 이 곳은 1세기 가량이 지난 지금 아주 평화로운 공원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루쉰공원 내 한가로운 호숫가의 모습. 호수에 비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홍구 축구장을 지나면 루쉰 묘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을 따라가면 루쉰의 동상과 묘비가 눈에 띈다.

             루쉰의 동상.
루쉰의 묘.

루쉰의 묘 앞에서 잠시 침묵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처연한 음악이 들려왔다.

              루쉰의 묘 옆에서 함께 비파를 켜는 노부부.

주말을 맞아 비파를 들고 공원으로 나온 노부부. 두 부부는 나란히 벤치에 앉아 구슬픈 음악을 연주했다. 마치 루쉰을 추모하는 듯한 음율. 한참 노부부의 비파 켜는 소리를 듣던 나는 발걸음을 옮겨 이번에는 루쉰 박물관으로 향했다.

              루쉰 박물관.

  루쉰 박물관에는 루쉰의 일대기를 알리는 글들과 사진, 자료 등이 가득했다. 루쉰이 직접 쓴 노트는 물론 입던 옷과 쓰던 안경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의 마지막 코너에는 전세계에서 출판된 루쉰의 책이 전시돼 있었다. 그 중에는 한국에서 출판된 책과 북한에서 출판된 책이 함께 있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루쉰 박물관을 둘러본 뒤 공원을 빠져나오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주말을 맞아 공원으로 나들이 나온 중국인들. 부부 혹은 친구가 함께 비파를 켜는 사람들도 보였고, 기타와 하모니카 등으로 함께 근사한 연주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섹소폰 연주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도 보였고...



이렇게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 갔다.

공원을 빠져나온 나는 다음 목적지인 구이린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상하이 중심지. 마침 노을이 이 곳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다.

중국의 관문인 상하이를 짧게 여행한 나, 구이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중국 내륙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나는 중국을 이전에 두번 방문했는데 베이징과 산둥반도 쪽이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중국 내륙을 여행한 건 이번이 처음. 그러기 흥분했을 밖에.)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카르스트 지형이 펼쳐진 구이린, 잔뜩 기대를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노을지는 상하이 공항.

나를 구이린까지 태우고 간 중국 국내선.

중국에서 국내선 추락으로 전원이 사망한 지 얼마 안 됐을 시점이라 이름도 모르는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려니 조금 마음이 불편헀다. 하지만, 사고난 곳에 연이어 사고가 나는 확률은 무척 적은 법. 그냥 담담히 비행기를 탑승했다.

그렇게 진짜 중국 대륙으로 나아갔다.


 

Posted by 플라이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