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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있는 영화는 그 내용이 좀 부실하더라도 음악이 좋으면 용서가 된다. 물론 내용이 알차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보통은 음악으로 그 빈틈이 채워져 완전한 하나의 영화가 되곤 한다. 이런 점에 있어 "August Rush(어거스트 러쉬)"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재 음악소년의 이야기'라는 간단한 문구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 '에반'은 고아다. 그에게 음악은 일정한 악기가 아닌 모든 사물의 소리다. 우리가 자칫 놓치기 쉬운 세상의 소리를 그는 생생히 느낀다. 그가 처음 기타를 접했을 때, 그는 남들처럼 기타줄을 튕기지 않는다. 그냥 손바닥으로 내리칠 뿐이다. 스스로 세상을 통해 느낀 그대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악으로 표현해낸다. 마침내 음계를 알게 됐을 때, 그는 자신의 안에만 있었던 음악을 음계로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의 천재성은 관객들에게 부러움과 놀라움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큰 이야기는 아이가 음악을 통해 부모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모의 운명같은 하룻밤 사랑은 느낌만 있을 뿐 실재가 없다. 때문에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는 둘의 모습은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 그저 '운명'이라는 단어만이 둘을 옭아맬 뿐이다. 에반이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충분히 그려지지만, 그의  깊은 속내나 성격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때문에 중간중간 어색한 연기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멋진 음악과 소년의 천재성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는다. 러닝타임 두시간동안 세상이 연주하는 음악과, 소년이 연주하는 세상은 이 영화의 빈틈을 꼼꼼히 메꾼다. 마지막 장면에 소년이 작곡하고 직접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다양한 물건과 악기의 소리를 조화해 환상적인 음악으로 탄생한다. 친근한 사물의 소리를 겸비한 이 곡은 클래식이라는 좀 어려운 장르의 음악을 대중적으로 승화한다.
 
  대부분의 영화에는 음악이 있지만, 음악을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는 드물다. 하지만, 요즘은 어쩐 일인지 이런 영화들의 풍년이다. '원스'를 시작해, '어거스트 러쉬', '라비앙 로즈' 그리고 '카핑 베토벤'에 이르기 까지... 음악과 그 음악을 사랑한 이들의 영화가 자주 눈에 띈다. 이는 음악과 영화를 함께 사랑하는 이들에게 축복같은 선물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 영화에서 처럼 음악이 자연스레 흘러나오진 않는다. 우리는 슬픈 현실을 잊고자 음악을 몸소 찾을 뿐이다. 음악과 함께 현실을 잊지만, 음악과 함께 현실을 기억한다. 어느 날, 문득 지나던 길에 예전에 즐겨 듣던 음악이 흐르면 되레 옛기억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바로 이 음악과 함께 한 시간과 기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거스트 러쉬, 작은 소년의 거침없는 소리의 표현과 세상을 연주해내는 천재성에 가슴 깊이 짜릿함을 선사하는 영화다. 깔끔하고도 경쾌한 영화와 음악을 접하고 싶은 사람이 찾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12월의 찬바람을 그저 바람이 아닌 하나의 소리로 음미하며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속 음악을 머리에 띄우고, 그 거리를 담아 '기억'의 이름으로 머릿속에 새겨 넣으면서 말이다.

Posted by 플라이티카